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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리포터의 유방암 이야기

유방암 2기 환자의 컨디션 관리

by 별리포터 2024. 7. 31.

   요즘 저는 저녁에 비가 안 오면 꼭 30분 정도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유방암 2기 진단을 받고 두 번의 수술을 받은 후, 저는 '내가 일상생활을 다시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일도 다시 하고, 집안일도 제가 직접 하면서 일상을 나름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작년의 저처럼 수술 후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유방암 2기 환자인 저의 수술 전 컨디션 관리와 수술 후 컨디션 변화 및 체력 관리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1. 유방암 진단을 받은 후 수술 전까지 컨디션 관리 방법은?  

   저는 2022년 12월에 성모 병원에서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서울대 병원에서 2023년 1월에 다시 여러 가지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는 성모 병원에서 들었던 것보다 조금 더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서울대 병원의 유방외과 교수님으로부터 림프절 두 곳에 전이가  의심되며, 암 조직의 크기나 위치 때문에 전절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상황이 현실 같지가 않아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서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그제야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러나 마냥 울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2023년 3월 9일로 수술일이 잡혔는데 그전까지 컨디션 관리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잘못된 습관 4가지를 고치기로 마음먹고 실천했습니다. 오랫동안 못 고치던 습관들이 제가 암이라는 말을 들으니 고쳐지더라고요. 

 

 

* 수술 전까지 노력한 것들

   첫째, 인스턴트 음식 안 먹고 건강식으로 바꾸기 (다양한 채소 많이 먹기)

   둘째, 일주일에 4~5일은 산책하고, 매일 수시로 스트레칭하기

   셋째, 늦어도 밤 11시에는 자기

   넷째, 걱정 내려놓기

 

 

   위에 언급한 네 가지를 실천하며 지내다 보니 몸무게가 5킬로그램 정도 줄었습니다. 체중이 많이 줄어서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병원에서 수술 전까지 체중이 더 이상 줄지 않게만 관리하면 된다고 해서 그 이후로는 몸무게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평소에 저는 쉽게 피곤하고 소화도 잘 안 되고 힘들었는데 위에 언급한 네 가지를 실천하다 보니 이런 문제들이 조금 나아졌고, 다행히 수술받는 날 컨디션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또 한 가지 노력한 것은 피곤하면 하던 일을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그전에는 몸이 피곤해도 참고 일을 하곤 했었는데 그런 습관이 제 몸에 독이 되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일이 조금 미뤄지더라도 제 컨디션 관리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2. 유방암 수술과 유방조직 확장기 제거 수술 후 컨디션 변화와 관리 방법은?

(입원해 있을 때 컨디션 변화와 관리)

   저의 경우에는 유방 전절제 수술과 유방조직 확장기 삽입 수술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유방외과 교수님과 성형외과 교수님이 함께 수술을 집도하셨습니다. 수술은 마취 시간 포함해서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의 통증은 제 평생에 처음 경험한 정말 참기 힘든 통증이었습니다.

 

   마취에서 깨어난 후 6시간 동안 금식을 해야 했고, 폐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6~8시간 동안 깨어 있으면서 3분마다 한 번씩 심호흡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수시로 배액관이 막히지 않도록 짜주어야 했습니다. 저는 통증과 졸음을 참으며 6시간 금식을 한 후에 먼저 물을 소량 마시고 조금 쉰 후 과일과 채소를 먼저 먹었습니다. 저는 입원할 때 딸기와 키위, 방울토마토, 청경채 등을 준비해 가서 먹었는데, 먹고 나니 조금 힘이 나더라고요. 입원하실 때 좋아하시는 과일은 꼭 챙겨가시기를 추천합니다

 

 

 


* 수술 후 누워있을 때의 자세 

_ 수술 부위가 눌리지 않도록 침대 머리를 30~40도 정도 올리고 똑바로 눕기
_ 침대 아래쪽을 조금 올려 다리에 혈류가 정체되지 않도록 하기
_ 수술한 쪽 팔을 베개 등으로 지지하여 부종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기
_ 잘 때 수술 부위가 눌릴 수 있으므로 옆으로 눕지 않기

 

 

   수술 다음 날부터 저는 힘들었지만 누워있지 않고 수시로 걸었습니다. 처음엔 다리에 힘이 너무 없었지만 계속 걷다 보니 조금씩 힘이 생겼습니다. 간병해 주시던 여사님이 함께 걸으시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몸은 많이 힘들었지만 즐겁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열심히 걸어 다닌 덕에 퇴원하는 날은 좀 더 힘 있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암 수술을 받고 6개월 정도 지나서 유방조직 확장기 제거 수술 및 보형물 삽입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도 열심히 걷고, 입맛을 돋우는 데 도움이 되는 과일을 많이 챙겨 먹었습니다. 잘 먹어야 기운이 나는데 수술 전후로 장시간 금식을 하고 나면 입맛이 정말 없더라고요. 그래서 평소 좋아하고 항암 효과가 있다는 과일 위주로 먹었습니다. 저의 경우 과일이 입맛이 도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퇴원 후 컨디션 변화와 관리)

1) 걷기

   저는 두 번의 수술 모두 배액관을 달고 퇴원을 했는데요. 시간마다 배액관을 짜주고 비우고 기록하고 하는 일은 많이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배액관을 달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비록 10분을 천천히 걷는 것도 수술 부위가 아프고 기운이 없어 힘이 들었지만, 무조건 매일 나가서 걸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고 기분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한 달 조금 더 지나니 빠른 걸음은 아니지만 20~30분 정도를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1~2시간 정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즘도 일주일에 4일 이상은 산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정해서 꾸준히 걷기

 

 

2) 팔운동

   병원에서 팔운동은 수술 후 한 달 후부터 가능하다고 하여, 수술한 지 한 달이 지나서 시작했습니다. 저의 경우,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어 겨드랑이 쪽을 절제한 상태여서 처음에는 '앞으로 나란히 자세'도 힘든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매일 수시로 팔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앞뒤로 조금씩 올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팔을 앞뒤로 돌리는 운동도 지속적으로 했습니다. 올라갈 것 같지 않던 팔도 꾸준히 운동하니 점점 더 올라가지더라고요.

   지금은 팔 움직임도 거의 수술 전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그래도 매일 팔운동을 수시로 잊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3) 식사 및 간식

   저는 매끼마다 항상 3가지 이상의 채소와 두부, 달걀, 닭고기, 생선 등의 단백질을 챙겨 먹었습니다. 간식으로는 견과류, 사과, 키위, 딸기, 블루베리, 통밀빵 그리고 옥수수(반쪽) 등을 챙겨 먹었습니다. 무가당 그릭요거트도 자주 먹었습니다. 물은 수시로 자주 마셨고요.

   요즘은 가끔 떡도 먹고, 두부 과자도 조금 먹고 있습니다. 대신 떡이나 평소 안 먹던 간식을 먹은 날은 채소를 많이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4) 유산균과 영양제 

   저는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님이 처방해 주신 칼슘과 비타민 D가 함유된 영양제를 꾸준히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따로 유산균도 챙겨 먹고 있습니다. 그 외의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은 먹고 있지 않습니다. 병원에서 환자들은 특히 건강보조식품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여 전혀 먹지 않고 있습니다.

 

 

5) 잠자기

   저의 경우 전절제 수술을 받으면서 유방조직 확장기를 넣은 상태였기 때문에 잘 때 가슴이 너무 불편하고 아팠습니다. 그리고 4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식염수를 넣어 피부 조직을 늘려야 했기 때문에 수술 부위에 통증이 지속적으로 있었고, 누워 있으면 가슴이 많이 눌렸습니다. 그래서 잘 때는 수술 부위가 눌리지 않도록 등받이에 기대어 자야 했고 수술한 쪽 팔의 부종이 생길 수 있으므로 팔을 베개나 쿠션으로 받쳐 심장보다 더 높이 하고 자야 했습니다. 그런데 잠이 들면 자세가 흐트러지고 그러다 보면 가슴이 눌리며 아파 수시로 잠이 깨곤 했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식염수를 넣고 오면 1~2주 이상 통증이 더 심해지고 몸이 불편해 잠을 푹 자는 일이 힘들어 수면의 질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밤 10~11시 정도에는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하고, 빛을 차단하는 것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여 수면안대를 꼭 착용하고 잤습니다. 수면안대를 착용해도 효과가 없다는 분들도 계신데, 저의 경우는 깊이 자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밤에 유난히 잠을 못 잔 날은 낮잠을 잤습니다. 대신 낮잠을 너무 오래 자서 밤에 숙면을 취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낮잠은 1시간 내외로 정해서 그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수면 안대 하고 자기

 

 

   저의 경우 작년 3월에 넣었던 유방조직 확장기를 같은 해 9월에 제거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유방조직 확장기를 제거한 후, 암 수술을 받은 오른쪽 가슴과 수술받지 않은 왼쪽 가슴에 보형물을 넣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체중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오른쪽 가슴에만 보형물을 넣을 경우 양쪽 가슴이 비대칭이 심해져서 혹시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세가 틀어질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가슴이 비대칭인 것을 보면서 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아서 양쪽 가슴에 보형물을 넣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렇게 유방조직 확장기를 제거하고 보형물을 넣는 수술을 받은 후 퇴원했을 때는 암 수술을 받았을 때보다 누워있는 것이 덜 힘들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등받이에 기대어 자고 있지만 수면의 질은 훨씬 높아졌습니다. 내년엔 올해보다 더 편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6) 가사 활동

   저는 퇴원한 후 2주 이상 지나서 빨래를 널거나 접는 정도의 집안일을 시작으로 몸 상태를 보면서 조금씩 할 수 있는 일을 늘려갔습니다. 저는 오른쪽 가슴과 오른쪽 겨드랑이 쪽을 수술받았기 때문에 칼질이 힘들어 음식 준비는 두 달 이상 지나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3월 무렵까지도 설거지나 청소 등을 하면 중간에 식은땀이 나고 너무 힘이 들어서 조금 힘들다고 느껴질 때는 무리하지 않고 중간에라도 무조건 쉬었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많이 건강해져서 집안일을 하다가 쉬는 빈도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힘들면 무조건 조금 쉬었다가 일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7) 운전

   저는 수술받고 한 달 후부터 운전을 다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20~30분 내외의 거리만 운전을 했습니다. 처음엔 가까운 거리도 운전을 하고 나면 평소보다 더 피곤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이상의 운전은 수술받은 지 두 달 정도 지나서야 가능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운전 중에 식은땀이 나고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운전도 무리해서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지금은 1시간 반 정도는 쉬지 않고 운전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운전은 단거리부터 천천히

 

 

8) 일

   다행히 저는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서 수술받은 후 2개월 정도 지나서 무리하지 않고 일주일에 이틀, 하루 2시간 정도씩만 일을 했습니다. 올해 초까지는 병원도 너무 자주 가야 하고, 컨디션이 자주 좋지 않아서 정말 최소한의 일만 하고 지냈습니다. 현재는 컨디션이 많이 좋아져서 일을 더 늘려서 일주일에 4일, 하루 5시간씩 일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이틀 나가서 일하는 것도 힘이 들더니 건강 상태가 많이 좋아지면서 나흘 일하는 것도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일을 더 늘려볼 계획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 수술을 앞두고 계시거나 수술받은 지 얼마 안 되어 힘드신 분들이 이 글을 읽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해지기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을 한 제가 지금 잘 지내고 있는 것을 보시면서 힘을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올해 봄까지만 해도 몸이 빨리 회복되지 않고 힘이 들어서 부끄럽지만 이 나이에 저는 가끔 울었습니다. 그런데 하루하루 조금씩 운동하고 무리하지 않고,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며 지내고 나니 나아질 것 같지 않던 컨디션이 많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더운 요즘 오히려 저는 체력이 많이 좋아져서 여기저기 잘 다니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만나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꼭 건강을 회복하시어 누구보다 신나는 하루하루를 지내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